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아침 7시 서울을 떠났다.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의 첫날. 여
느 해 휴가처럼 나는 강원도로 향하고 있다. 하지만 이번은 휴식과 즐거움을 위한 여행이 아
니다. 폭우로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봉사의 시간을 위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
다. 도로 위의 차들은 대부분 긴급 수해복구를 위해 강원도로 가는 자원봉사자들이다.
휴가를 받으면 하려던 일들이 많았다. 하지만 집중호우로 외부와 고립된 수재민의 모습을 대
중매체를 통해 봐온 터라 나 자신만을 위한 휴가를 떠날 수 없었다(이런 것도 팔자인가 보
다). 결국 여의도에 있는 한 민간봉사단체의 강원지역 수해복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.
우리가 찾아간 곳은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. 산사태와 하천의 범람으로 마을이 온통 침수
되고 1997년 정부 지원으로 지어진 공동 농기구 보관창고는 지붕과 기둥만 간신히 남아 있
다.80여명의 봉사자들은 조를 나눠 마을 이장님의 지시에 따라 손길이 가장 급한 곳부터 복
구해 나가기 시작했다.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진흙과 상자들을 어떻게 다 치워야 할지 처음
에는 막막했지만 함께 힘을 모으니 조금씩 창고의 바닥이 드러났다. 해질녘엔 작업이 완전
히 마무리됐다. 진부를 떠나는 버스에 오르니 다시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.
아름다운 산과 강은 즐기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. 수마가 할퀴고 간 병든 산과 강을 우리 모
두 치료해주고 보듬어 주는 2006년 여름휴가는 어떨까.